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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의 추억을 찾아서

작. 김선규

“아내가 떠나고 없는 지금도 이 골목에는 오래된 돼지갈비집들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과거 초량동에 살았던 사람들은 돼지갈비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아오고, 돼지갈비골목을 처음 찾는
이들은 잊지 못할 새로운 추억을 만들며 오랜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많은 인파 속에 섞여 돼지갈비와 함께
술 한잔을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움츠러들었던 가슴 언저리가 스르르 펴지는 것 같다.
과거 그 어느 때처럼 표정도 밝아지고 삶에 대한 의지도 단단하게 여문다.”

결혼 직후 아내는 전국 각지로 떠돌며 일하던 나를 따라서 낯선 부산 동구로 내려와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부둣가와 산꼭대기 사이에 자리해서 삐뚤빼뚤한 골목이 즐비했던 초량동에 신혼집을 꾸리고, 함께 행복한 미래를 그렸던 것이다.

먼 타지까지 내려와 새롭게 터를 잡고 사느라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아내는 동네 근처에 돼지갈비골목이 있어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했다.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기에 자주 가지는 못했지만 월급날이 되면 아내의 손을 붙잡고 돼지갈비골목으로 향했다. 옷 한 벌도 사 입지 않고 한 푼 두 푼 악착같이 모으던 아내도 돼지갈비를 먹으러 가는 날만큼은 더없이 즐거워했다.

당시 그 골목길 주변으로 돼지갈비를 파는 식당 몇 곳이 성업 중이었는데, 주로 고된 일과를 마친 부두 노동자들이 돼지갈비에 술 한잔을 걸치기 위해 찾곤 했었다. 힘든 일을 하며 먼지를 많이 마시는 부두 노동자들에게 돼지갈비는 힘든 일상을 위로해 주는 소울푸드였던 것이다.

우리 부부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것이 낯선 타지에서 생활하며 고충이 적지 않던 우리에게도 돼지갈비는 마음에 위안을 가져다주는 소울푸드였다.

당시 초량동 돼지갈비골목의 식당들은 고기를 상당히 두툼하게 내오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래서 육즙이 풍부하고 씹는 식감이 좋았다. 지금은 가게에 따라서 가스나 숯불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당시엔 연탄불에 구웠기에 갈비의 풍미 또한 상당했다.

돼지갈비골목은 푸석했던 우리의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마음이 공허해 무엇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 돼지갈비골목에 다녀오고 나면 냉기로 가득했던 일상에 온기가 퍼지는 기분이 들었다. 돼지갈비 덕분에 우리 부부는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던 부산에서 조금씩 뿌리를 내리고 정을 붙이며 살아가게 되었다. 초량동 돼지갈비골목이 우리 부부에겐 편안한 삶터이자, 푸근한 쉼터가 돼주었던 것이다.

돼지갈비골목은 늘 따스한 느낌이었다. 상인들의 넉넉한 인심 덕분인지, 아니면 그곳에 노동자들의 땀과 웃음이 배어 있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이곳에서 돼지갈비를 먹다 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느끼곤 했다.

「아내와의 추억을 찾아서」 중에서
수상작 전문은 《이야기 공작소 부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