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천동

증산, 코끼리

좌천동의 명물이 된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타고
증산공원에 가는 길입니다.

유리벽 너머로 부산항과
부산항대교 풍경이 펼쳐집니다.

증산공원이 있는 꼭대기층 도착

중간에 갈아타는 시간까지 포함해 약 5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증산공원을 향해 가는 길,

일정한 간격으로 콘크리트 기둥 몇 개가 박혀 있는 게 보입니다.

이 기둥에 얽힌 이야기는 내려올 때 하겠습니다.

증산 왜성의 성벽을 따라 천천히 걷다가
증산 전망대에서 쉬어갑니다.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이 멋집니다.

잠깐 쉬면서 말씀드리자면,

증산은 ‘부산’이라는 지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부산'을 한자로 풀이하면

'가마솥 산' 이라는 뜻입니다.

가마솥

가마솥은 옛날에 불을 때서 밥을 짓던 커다란 솥인데,
이제는 박물관에 가야만 볼 수 있는 진짜 옛날 물건이 됐습니다.

역사자료에 ‘가마솥 모양을 한 산 밑에 부산포가 있다’는 말이 있으므로,

역사학자들은 가마솥 모양을 한 산증산이라고 생각합니다.

  • 부산
  • 가마솥 산
  • 증산

즉 ‘부산’은 ‘가마솥 산’, ‘가마솥 산’은 ‘증산’이므로,

부산의 지명이 증산에서 나왔다는 겁니다.

그러나 부산의 지명이 증산이 아닌, 부산진성공원에서 나왔다는 주장도 있기 때문에
아직 무엇이 옳다고 단정해 말할 수는 없습니다.

부산의 유래가 증산이든, 부산진성공원이든 한 가지 확실한 것

‘부산’이라는 이름은 동구에서 시작됐다는 겁니다.

동구
부산의 뿌리는 역시 동구입니다.
이제 내려갑니다.

이 콘크리트 기둥을 또 만납니다.

이게 대체 뭐냐고요?

1960년대 초반,
누군가 증산에 사설 동물원을 만들기 위해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동물원 측은 공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동물들을 미리 옮겨왔는데,

작은 동물들은 손쉽게 옮길 수 있었으나, 코끼리는 난감했습니다.

결국, 동물원 측은 코끼리를 걸어 올라가게 했습니다.

육중한 몸을 이끌고 한 발 한 발 산을 오르는 코끼리를,
피리 부는 사나이에게 이끌리듯 아이들이 줄지어 따라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동물원을 추진했던 업체는 결국 자금 부족으로 공사를 중단했고,
미리 들어왔던 동물들은 관리 소홀로 죽고 말았습니다.

코끼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고기가 귀했던 시절, 증산을 걸어 올라갔던 그 코끼리는
시장에서 염소 고기로 둔갑해 팔려나갔다고 합니다.

지금은 결코 용납되지 않을 안타까운 이야기입니다.

증산공원 입구에 남아 있는 콘크리트 기둥은
당시 동물원을 만들기 위해 철조망을 쳤던 흔적 이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재미있거나 유익했다면 「좋아요」 를 눌러주세요. ​
다음 이야기
원문.
「좌천동 별곡 –좌천동 별별 이야기」(김민수, 『이야기 공작소 부산』)​​
편집.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