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동

강아지똥의 시간

난 더러운 똥인데, 어떻게 착하게 살 수 있을까?
아무짝에도 쓸 수 없을 텐데…… 권정생 지음, 『강아지똥』, 길벗어린이, 1996.

어린 시절 읽었던 『강아지똥』을 기억하시나요?

이 책은 여전히 많은 어린이에게 사랑받고 있는 스테디셀러입니다.

『강아지똥』의 작가는 한국 아동문학의 큰 어른

권정생. [출처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어린이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인데요.

권정생 작가가 부산 동구 수정동에 살았던 적이 있다는 걸, 아셨나요?

한국전쟁 후 혼란하고 가난했던 시절,

권정생 작가의 이모는 동구 수정동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했다고 해요.

1953년
  • 17세 독립 & 부산 거주

    1953년 12월, 열일곱 살의 나이에 집을 떠난
    권정생 작가는 이모 집에 머무르면서 사촌 형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 동구 이모 집에 살면서 독서 의욕은 한층 깊어져
    신문 연재소설부터 삼류 대중잡지까지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합니다.

    헌책방에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죄와 벌』
    『레미제라블』 등을 사서 읽고, 포장지를 모아 거기에 글을 썼어요.

1957년
  • 병치레로 부산을 떠나다
    하지만,

    폐병과 늑막염에 시달린 권정생 작가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1966년
  • 다시 부산

    권정생 작가가 다시 부산을 찾은 것은

    1966년 6월,
    만신창이가 된 몸을 치료하기 위해서였어요.
  • 2번의 수술

    성분도병원에서 오른쪽 신장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그해 12월 부산대병원에서 또 한 번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1969년,
[출처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권정생 작가는 동화 『강아지똥』으로
아동문학계에 등단합니다.

네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 속으로 들어와야 해.
그래야만 별처럼 고운 꽃이 핀단다.

어머나! 그러니? 정말 그러니?

권정생 지음, 『강아지똥』, 길벗어린이, 1996.
보잘것없어 보이는 강아지똥도
별처럼 고운 민들레꽃을 피우는 데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였지요.

어느 시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산은 권정생의 인생이 한번 죽은 곳이자
또 다른 인생으로 부활한 땅”

부산에서 병을 얻었지만, 그를 되살린 곳 역시 부산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부산에서 권정생 작가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만 4년 동안 거주했던 수정동 이모 집도 사라지고, 집터는 공터가 되었습니다.

별처럼 고운 글을 쓰기 위해 꿈을 키웠던 동구에서의 시간이
어떠한 흔적도 남지 않게 됐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부산 동구에서의 시간은 어쩌면 권정생 작가에게
좋은 거름이 된 강아지똥의 시간이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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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잃어버린 시간 –동화작가 권정생의 흔적을 찾아서」(나여경, 『이야기 공작소 부산』)​
편집.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