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천동

매견시 가족 이야기

동구 좌천동을 걷다 보면 자주 만나는 단어가 있다.

○○여학교, ○○기독병원, ○○유치원, ○○빌라...

○○은 무엇일까?

정답은

"일신"

호주 선교사들이 선교를 목적으로 좌천동에 자리 잡으면서
형성된 일신 유니버스.

그 중심에는 좌천동을 너무나 사랑했던

매견시 가족

이 있다.

  • [출처 경기대학교소성박물관]​

    이들이 매견시 부부, 맥켄지(Mackenzie)와
    그의 아내 매리 켈리(Mary Kelly)다.

    맥켄지의 한국 이름이 매견시인데,
    ‘매-견-시’라고 천천히 발음해 보면 왠지 모를 구수함과
    푸근함이 느껴진다.

  • 28년 동안

    매견시 부부는 호주 선교사로 1910년 한국에 들어온 뒤
    외국인 선교사 추방령이 내려진 1938년 호주로 떠날 때까지,

    부산의 한센병* 환자들을 치료하고 환자의 자녀들을 보살폈다.

    *한센병: 나균에 의해 감염되는 만성 전염성 질환. 치료하지 않으면 사지의 무감각과 근육의 병적 증상이 발생한다. 과거에는 한센병 환자들이 마을에서 쫓겨나 거리를 떠돌았다.
매견시 부부
매혜란
매혜영

매견시 부부에게는 좌천동 출생의 두 딸이 있었다.
이름은 매혜란, 매혜영.
호주에서 의사, 간호사가 된 자매는

한국전쟁기에 다시 고향 좌천동으로 돌아왔다.

이들 자매는 유치원 건물을 빌리고,
미 8군 보급창에서 쓰던 침대, 수술 기구, 담요 등을 얻어

일신부인병원

설립한다.

[출처 경기대학교소성박물관]​

환자들이 병원비를 지불할 능력이 있건 없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모든 환자를 반드시 치료한다는 것은 병원을 시작할 때부터
우리의 중요한 원칙이었어요.

[출처 경기대학교소성박물관]​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문을 활짝 열었던 일신부인병원에서는 한 해 1000명이 넘는
아기가 태어났다.

아기들의 건강 상태를 살피던 자매는
영양실조 아기의 상당수가 쌍둥이라는 사실을 알고…

파티를 열었다!

쌍둥이에게 분유와 옷을 무료로 나눠드립니다.

쌍둥이 육아 정보도 공유해요!

[출처 경기대학교소성박물관]​

쌍둥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으면 분유, 옷 등을 무료로 나눠주고
쌍둥이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이른바 쌍둥이 파티였다.

[출처 경기대학교소성박물관]​

자매는
덮개가 달린 아기 침대를 만들기도 했다.

아기들이 쥐에 물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좌천동에서 사랑을 실천했던 자매는
1976년, 1978년 차례로 한국을 떠났다.

아무런 조건 없이 일신병원을 한국인에게 양도하고, 가방 하나만을 챙겨서.

자매가 설립한 일신부인병원은
오늘날의 일신기독병원으로, 여전히 좌천동에 자리하고 있다.

좌천동 주민이었던 매견시 가족은 정답고 포근한 우리의 이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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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생명 사랑의 진원지 좌천동 –매견시 가족과 유옥남 조산사」(김민수, 『이야기 공작소 부산』)​
편집.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